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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가 1조달러로 추산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 여파로 파산위기에 처한 양대 모기지 회사에 2,000억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긴급 정부지원 처방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요즘 신용카드 대란이 임박했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수년째 미국인들의 저축률이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실업률은 6%를 넘어섰으며, 급한 모기지 상환이나 신용카드 부채로 401(k) 은퇴적금 해약률까지 5.4%로 급증하고 있어서 노후생활에 재정적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사실 국가적 경제위기는 시장의 흐름과 정책 실패에도 있지만 주로 성장과정에서 학습된 돈에 대한 잘못된 관념과 그릇된 개인적 소비패턴에서 기인한다. 돈은 개인의 교육과 경력을 바탕으로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해서 받은 대가로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과 교환하는 수단이기도 한데 마치 신분이나 부를 상징하는 것으로만 여겨서 물질 만능주의 표상이 되어버렸다.
최근 살인, 연쇄강도, 강간, 자살과 같은 강력사건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카드빚과 관련이 있다. 여러 개의 카드를 발급받아서 한 카드로 다른 카드빚을 갚는 속칭 "돌려막기"를 하다가 막판에 몰리면 범죄행위를 해서라도 카드빚을 해결하려고 해서이다. 중독 도박자들도 65%가 도박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범죄행위를 한다.
모든 중독이 많은 돈을 소비하게 만들지만 특히 도박중독, 샤핑중독, 소비중독은 신용카드 대란에 한몫을 거들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미 정신의학협회에 따르면 미국인 5.8%가 샤핑중독 문제가 있다. 도박으로 문제가 된 미국인은 2,000만명으로 연간 5,000억달러 이상을 도박에 사용하며 평균 3만달러의 빚이 있다. 한국 문제 도박자는 1,500만명으로 인구비례로 볼 때 미국보다 4.5배나 많다. 문제 도박자들의 카드빚을 한 사람당 평균 1만달러만 쳐도 한국은 카드 및 할부금융 총 부채액 28조7,000억원의 52%인 15조원이다. 미국도 신용카드 총 부채액 9,150억달러의 22%인 2,000억달러나 되고, 다른 중독자들의 빚까지 합치면 25%가 넘을 것이다.
회복으로 나온 사람들 중에는 ‘카드깡’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5,000달러 크레딧 카드가 맥스아웃 되어서 더 이상 돈을 사용할 수 없어 도박을 못하는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크레딧 리밋을 더 늘려줄 수 있다는 광고에 현혹되어 시키는 대로 서류에 사인을 하고 나니 손에 쥔 것은 수수료를 제외한 3,500여달러와 카드회사에서 당장 1만달러를 갚으라는 독촉장이었다. 5,000달러 빚을 갚는 것처럼 타주에서 가공수표를 입금시키고 나서는 곧바로 주요 물품구입 형식으로 5,000달러를 더 빼내고 입금시킨 수표를 부도 처리시키는 수법이다. 즉각 취소하려고 카드깡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이미 전화를 끊은 상태라 그 가정은 이 일로 자살과 이혼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었다.
이와 유사한 카드 사기 행각들은 비일비재해서 그 손실액은 선량한 카드 사용자들에게 높은 이자율과 카드 수수료 부담만 더 가중시키고 있다. 카드빚 지불에 대한 상담과 1968년부터 시작된 신용회복제도 활용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즉 카드에 의존해서 생활하는 습성이 바꾸어져야만 한다. 특히 중독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카드빚 해결보다는 돈에 대한 내면적 관계성 개선과 중독치유 안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일반 채무자들과는 달리 융자기관에서 회복치유 프로그램에 일정기간 참석하는 조건을 근거로 장기 저리상환 제도를 함께 제시해야 좋다.
만약 이런 양면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중독자들은 경제사정이 어려울수록 스트레스만 더 많아져서 현실도피 차원으로 더 중독행위를 할 수밖에 없어 신용카드 부채액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상환은 더욱 어려워진다. “제3의 화폐” 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머니가 사람과 경제생활을 함께 망가트리는 비극이 없기를 바란다.
▶ 미주 한국일보 인터넷 신문 - 신용카드 대란 (필자가 2008년 9월 15일자 미주한국일보에 기고한 글)
이해왕 선교사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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